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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밑구석에서...

고무나무의 상처.

오후 우리는 앉아서 쑥차를 마시고 있다. 불쑥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엇! 고무나무 잎이 몇일전 부터 이상하더니만, 제일위에 새로나온 녀석이 뒤로 말렸네...이런..."

그때부터 하루종일 무슨 얘기든 끝은 고무나무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그 다음날 아침
거실 한켠에 신문지를 넓게 깔고. 자리를 잡는 엄마.

"엄마, 그냥 괴롭히지 말고 그냥 놔두지?"

"저거봐, 어제랑 또 달라졌잖아! 이제 그냥 두면 내일은 잎들이 다 말리는거야...
그냥 두면 이제 죽는거야...방법을 찾아야지...
아무래도 어제 물을 줄때 좀 이상하더니만 물이 너무 많은 거 같아. 뿌리가 썩고 있는 것 같다구... "

"그냥 조금더 둬봐. 모르잖아. 정확하게...제가 말을 안했잖아...좀더 기다려봐...전에도 잘라서 죽었잖아..."

"안된다. 이제 내일이면 정말 늦는거야..."

결국 엄마는 화분을 쏟아내고...결국 뿌리가 밖으로 나왔다.
뿌리는 엄마의 예상처럼 물이 많아 썩어가고 있었다.

나는 차마 뿌리를 바라보지 못했다.

엄마는 썩은 뿌리는 가위로 끊어내고, 신문지를 부채삼아 뿌리에게 부치며, 미안하다고 살아달라고 주문을 외우듯 이야기했다.

난...
그냥 덮어두고 기다렸을꺼다.
화분을 쏟을 용기도 없었을꺼고, 아픈 뿌리를 바라보기 힘들다는 핑계로...
또는 제 힘으로 이겨낼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삼아...

아무말도 못하고...
이제 쌩쌩하게 살아난 고무나무를 올려다보며.
지금도 뜨끔뜨끔해하곤 한다.

언니는 엄마니까 그럴수 있는거라고 했었다.
정말 그럴지도 몰라.

엄마가 되면 엄마로 살면 그럴수 있게 되도록 자식들이 만드나봐.

난 뻔한 상처도 겁나하며 바라보는 것을 덮어두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냥 모른척 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면서...상처니까 아픈걸텐데...
상처의 치료는 고사하고라도, 상처를 바라보고 그것이 상처인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적어도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아픈지 아닌지 정도는 알수 있도록 상처를 눈뜨고 바라보는 것.
상처를 바라보는 것.
주사맡을때 안본다고 안아픈것은 아니더라고...흠.

난 차마 뿌리를 바라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