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좀 보내달라는 동생의 부탁으로 동생의 앨범을 꺼내봤다.
동생의 사진을 꺼내보는 것은 처음. ^^
뭔가 입은 잔뜩 나와있고 어색하고 눈감은 사진만 있는 나와는 달리 언제나 보조개가 보이거나, 나름의 자연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생의 사진들은 역시나 나와는 다른것들...
그런데 오늘 아주 신기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나는 중학교 이하의 어릴적의 기억이 늘 너무나 희미해서 가족들이 가끔씩 그때 얘기를 하면 나는 혼자 다른 가족이 되곤했었는데... 오늘 사진들을 보면서 너무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동생의 뽀빠이 허리띠 내가 무지 좋아했던 동생이 입고 있는 점퍼, 다홍색 주먹코 같이 생긴 운동화, 노오란 줄의 요술공주 밍키 손목시계 엄마가 만들어준 남방과 치마와 동생의 티,손에 들고 있는 분홍모자, 엄마와 이모의 옷들 심지어는 엄마의 손에 들린 시장가방까지...다 생각이 나는거다. 언제 뭐했고 무슨일이 있었는지나, 사진찍는 날의 기억은 없지만, 사진속에 좋아했던 옷이나 물건들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거다.
가장 좋아하는 옷들을 입고, 나들이를 가게되고 그때 사진으로 찍기 때문인걸까?
어릴적에는 대부분의 옷들은 엄마가 만들어 준 것들이었다. 그때도 뭣도 모르면서 아이들의 화려한 옷들과는 다른 엄마가 만들어 준것이라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그 옷을 입었던 상황들은 기억이 없지만, 그 옷을 좋아했던 기억들은 남아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을 가진 기억이 없는데 딱한가지 노오란 밍키가 그려진 전자손목시계는 낡아서 줄을 갈아끼면서 까지 늘 차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그때의 나이가 몇살이고 어떻게 그것이 생긴건지 그때의 상황들은 어떠했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말이다.
그당시 내가 늘 쓰고 입는 것들에 대한 익숙하고 편안한 그래서 좋아진 것들에 대한 일상의 기억은 너무나 생생하다.
어디를 가거나 무슨 사건이 있거나 하는 특별한 날들에 대한 기억은 잊혀지지만, 밍숭한 아무일없는 평범한 날들에 대한 기억은 남겨져 있었던거다. 그시절 그 당시의 일상들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는것.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