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고속버스.
물론 사람이 많지 않아 적자운행이 걱정되는 정도의 버스.
출발한지 한시간쯤 지나고 사람들 잠이 한참 들었을 무렵.
잠깐 설잠들었다가 옆으로 커다란 화물차가 요란스럽게 지나가는 바람에 눈을 뜬다.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앞에 운전석 아저씨에게만 움직임이 느껴지고 모두 잠이 들어있다.
조금 큰 움직임이면 인기척에 눈을 뜰만한 거리에 있는 사람들.
이순간의 느낌이 딱 맞다.
같은 차를 타고 가는 적은 수의 잠이 든 사람들. (물론 조금 큰 움직임이면 깨어나는 잠)
빛은 간간히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의 빛뿐이고, 그렇게 사람들의 윤곽을 가끔씩 그려준다.
그래서 쑥쓰럽지 않고서도 조심스레 한번씩 바라볼수 있다.
이순간의 느낌이 딱 맞다.
그러다
이번에는 하나더 생겼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
불이라곤 없는 밤.
가끔씩 보이는 멀게멀게 떨어져 있는 집들에서 나오는 불빛.
때론 한 집의 잔상이 끝날때쯤이면 또 다른 집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검은 창으로 계속 이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작은 하나의 불빛이 등장하기도 하지.
그 어둠속에서 별처럼 떠있는 멀게 멀게 떨어져 있는 집들의 불빛.
그 불빛 사이의 거리.
그 집들 사이이 거리.
그들 사이의 거리.
그거리가.
낮이면 훤하게 다 보였을
멀게 있어도 눈으로 멀게나마 보였을
그거리가.
밤이면
그대로 있는그대로
보이더라.
그렇게 밤이 되고, 낮이 되고, 밤이 되고, 낮이 되고....
늘 더는 없는 걸까?
낮에는 낮이 다인줄 알았고, 밤에는 밤이 다인줄 알았던 때가 있었던거 같다.
하지만,
그냥 그런거였던 거지.
밤이 있고... 낮이 있고...거리가 있고...집이 있고...불이 있고...
그냥 다 어디가지 않고...
다 거기 그렇게 있던거였던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