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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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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7 봄. 작년에 남대문 꽃시장에서 사온 목화 열매에서 씨앗 세개를 꺼내어 물을 묻힌 키친타올에 놓고 씨가 마르지 않게 보면서 3일이 지나자 싹이 나왔다. 싹이 나온 목화를 화분에 옮겨심고 몇일 보고 있다. 씨앗 세개중 한개는 자라지 못했다. 딱딱한 씨앗껍질을 다 벗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 다른 것도 그럴까봐 떨면서 딱딱한 껍질을 살짝 벗겨주었다. 껍질은 쉽게 벗겨지지 않을만큼 딱딱했다. 하나는 자기힘으로 껍질을 벗고 자랐고, 하나는 내가 조금 힘을 보탰고, 하나는 죽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목화씨의 딱딱한 껍질의 강도가 생각보다 강해서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 세밀화를 그리며 하루종일 식물을 바라보면서 내가 무엇을 이렇게 열심히 바라본적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작은 주름하나 줄기의 점하나 씨앗의 형태를..
20160408 뒷산을 걸을때는 꼭가서 확인하는 몇개의 지점들이있다.꽃이 있어도 없어도 그 지점 앞을 지날때면 눈이 그리로 가있다. 올해본 꽃속에 작년에 본 꽃이 재작년에 본 꽃이 들어있다. 집에 돌아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작년 사진과 재작년 사진들을 꺼내서 섞어보니 언제찍은 사진인지 모르겠다.
20160403 작년보다 뒷산 꽃이 오일정도 늦게 핀다. 남산제비꽃은 아직 소식이 없다. 덕분에 색이 빠진 땅에 혼자 나와있는 꽃들과 눈인사를 진하게 했다. 산을 걷는 내내 너무 일찍 나온 산호랑나비 한마리가 아른거렸다. 혼자 먼저 핀 꽃, 혼자 먼저 나온 나비, 혼자 높이 나는 새....자꾸만 그것이 눈에 밟혔다. 몇년째 같은 장소에 가서 보는 꽃들이 점점 많이 진다.
20160223 베란다 문을 닫다가 문득 뒤돌아봤는데 봄이 슬쩍 한걸음. 계절이 간다.
20160126 눈이 잠깐 있다가 금방 없어졌다. 눈이 귀해서 그런지 눈결정 하나하나가 도드라져 보였다. 결정 하나하나를 눈에 힘주고 바라봤다. 없으면 더 자세히 보게 되는가보다.
20160120 동네를 걷다보면 언젠가 보았던 장면들이 겹쳐보인다. 지금은 그자리에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오래보고 있으면 없는것은 아닌것 같기도하다. 시간이 쌓여서 그런지 이제 눈으로 보고있지 않아도 방에 앉아있다가, 물을먹다가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오늘은 그래서 찾아서 봤다.
보노 bono from bonokong on Vimeo. 십년쯤 전에 그때도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아서 심란해지면 혼자 큰 화방을 돌면서 구경하곤 했다. 내 변변찮은 주변머리로는 혼자 갈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가장 좋았던 곳이 서점이나 화방이었다. 둘이 함께 있는 곳이라면 정말.... 그날도 시내의 큰 화방을 돌면서 종이도 만져보고 물감이나 펜들을 손에 한번씩 잡아보며 정신을 화방용품에 내어주곤했다. 그러다 계산대 옆에 지우개 한 상자를 보았다. 그냥 보기에도 한입 물어보게 생긴 뽀얀 지우개. 눈으로만 봐도 지우개의 표면 감촉이 전해지게 생겼다. 그날 지우개를 손에 잡아보던 순간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 그 화방에서 포장해준 그대로 지우개를 침대 머리맡 작은 상자에 두었다. 그리고 한번씩 생각나면..
20160101 2016어제부터 하던 그림을 밀쳐두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연말과 연초를 오롯이 바느질을 하며 보냈다. 꼼짝않고서. 보노털을 뭉쳐 작은 보노들을 만들고, 천을 자르고 오려가며 작은 보노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를 넘기며 바느질 작업은 진행중이다. 어쩐지 새로운 새해맞이 의식 같았다. 개쑥갓새해 첫날 도감에서 찾아본 식물은 개쑥갓이다. 몇일전 기온이 내려갔다고 요란하게 입고 집을 나서면서 마주친 녀석, 작고 작은데 마침 아침볕이 들어서 반짝거리다가 눈이 마주쳤다.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키, 푸른 싹에 노란꽃이 이 계절에 피다니... 다시 뒤돌아가서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 사진을 보면서 녀석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도감을 펴서 무작정 넘기다가 녀석의 이름인것 같은 페이지에서 멈췄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