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4) 썸네일형 리스트형 . ... 상황을 설명하는 의선의 목소리는 시종 수줍은 듯하면서도 담담하여,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그녀가 종결어미를 감칠맛 있게 잡아끄는 버릇이 있다는 것, 그녀의 성격이 솔직하면서도 다정하다는 것을 알았다. 의선의 말에는 불필요한 수식 어구나 감탄사가 없었다. *마치 무대에 나오자마자 인사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 피아노 앞에 앉은 뒤 악보를 펴자마자 곧바로 연주에 돌입하는 연주자처럼*, 의선은 자신만의 군더더기 없는 말법에 따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대화를 통해서보다는 글을 써서 다듬어진 말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하다 못해 일기라도 쓰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 소설을 읽기 시작한것은 몇년 되지 않은것 같다. 요즘은 소설의 내용에서.. 20090615 ...................................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라고 선생님은 그날 밤 다시 한 번 이전에 하셨던 말씀을 반복하셨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만 때에 따라선 댁도 외로운 사람 아니오? 나는 외로워도 나이를 먹었으니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지만 젊은 당신은 다르지요.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움직이고 싶을 거요. 움직이면서 무엇엔가 충돌해보고 싶을거란 말이오." "전 조금도 외롭지 않습니다." "젊은 것만큼 외로운 것도 없지요.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은 그렇게 자주 날 찾아오는 겁니까?" 여기서도 이전에 했던 이야기가 다시 선생님의 입에서 반복되었다. "당신은 나를 만나도 아마 어딘가에는 외로움이 남아 있을 거요. 나에게는 당신을 위해 그 외로움의 뿌리를 끄집어낼 만.. . ................. 그는 화제를 바꾸려는 듯이 말한다. "비가 몇 달씩 기관총처럼 양철 지붕을 때리지. 그러면 늪에서 김이 오르네. 비가 아주 따끈하거든. 침대 시트, 속옷, 책, 양철 깡통 속의 담배, 빵, 모든것이 눅눅해지지. 끈끈하고 끈적거려. 자네는 집에 앉아있고, 말레이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네. 자네가 데려온 여자는 방 한구석에 꼼짝 않고 앉아서 자네를 바라보지. 그러다가 신경에 거슬려서 방에서 나가라고 말하네. 하지만 그래 보았자 소용없어. 그들이 어딘가 다른 방에 앉아서 벽을 뚫고 자네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안 봐도 알 수 있네. 그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순종적인 짐승, 말없는 동물, 티베트의 개들처럼 커다란 갈색 눈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빛나는 고요한 눈으로 사람을 바라본다네.. .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무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미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 만큼의 밀도 조차도 지니지 못했다. 위트는 '해변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한 인간을 나에게 그 예로 들어 보이곤 했다. 그 남자는 사십년 동안이나 바닷가나 수영장 가에서 여름 피서객들과 할일 없는 부자들과 한담을 나누며 보냈다. 수천수만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그는 즐거워 하는 사람들 그룹 저 너머에 수영복을 입은 채 찍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왜 그가 그곳에 사진 찍혀 있는지 알수..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