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알록제비꽃과 남산제비꽃
난 제비꽃을 좋아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서 지금껏 내가 가장 많이 그린꽃도 제비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식물과도 친구 삼을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것도 제비꽃이다.
늘 보게되지만 늘 더 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꽃이 제비꽃이다.
아파트 사이를 걷다가도 시내 어느길에서도 만날수 있어서 더 좋다.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꽃과 눈을 맞출수 없다는 것도 좋다.
어디서나 보이지만 관심갖지 않으면 볼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좋다.
향기도 좋고....
잎도 좋고...
색도 좋고...
뒷모습도 좋고...
옆모습도 좋고...
위에서 봐도 좋고...
멀리서 봐도 좋다...
봄이 오자마자 뒷산을 오른것도 작년에 보고온 제비꽃 때문이다.
올해도 그곳에 가서 잔뜩핀 제비꽃을 보고...정신나간 사람처럼 실실 거렸었다.
보고온 날 자려고 누워 눈을 감으니 눈꺼풀위에 제비꽃의 잔상이 그려있었다. 바이킹 탄날 밤처럼 그렇게 생생하게...아침이 되고 아침에 눈을 떴을때도 문득 제비꽃이 먼저 생각났다.
일이 밀려 있었는데 도저히 못참고 잠깐 보고오자는 마음에 뒷산을 올랐다.
그런데 어제 보고 온 제비꽃들이 없어졌다. 멀리서도 낙엽들 사이에 핀 녀석들을 볼수 있을정도로 눈에 익었는데...그자리에 아무것도 없다.
군락지였는데...모두 없어졌다.
어제 그장면을 보고 오랫만에 많이 흥분했었다.
아마도 가져간 양을 봤을때 꽃파는 분들이 가져가신것 같다.
작년에 비밀장소에 있던 남산제비꽃들의 열매를 보러 갔더니 이미 누군가 그 작고 많은 열매부분들을 온통 꺾어 가버려서 알았다. 누가 보고갔다는걸...
그런데 올해 기온이 풀려서 가장 볕이 좋은 날에 처음 딱 핀 제비꽃들이 하루만에 다 없어져버렸다.
첫날 꽃들이 풀리 날씨덕에 한번에 악! 하면서 다 나왔더랬는데...그래서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따라 악! 했었는데...딱 하루만에 다 없어졌다.
그래도 조금은 남겨두어야 내년에 또 볼수 있을텐데...이제 내년엔 어떻게 될까...
마지막이된 사진들을 보고있다.
아마도 다른 커다랗고 화려한 꽃들이었다면 이렇게 맘이 동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점이 어쩜 이 사건의 또다른 핵심?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제비꽃은 그냥 꽃이 아니었나보다...그래서 이제 제비꽃과 그냥꽃과의 관계에도 그전의 관계가 아닐것 같다.
제비꽃과 나의 그간의 얘기들을 어떻게 설명할수는 없을것 같다.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수 없는 그런것.
나와 누군가가 만나는 것은 그런것 같다. 그 둘이 아닌 다른 사람이면 도저히 알수 없는 그런것. 누군가가 사람이건 자연이건 사물이건 모두...
이번 일로 제비꽃은 또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