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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20120117



친구를 잠깐 만나기로 했다가 어긋나는 바람에 뭔가 아쉬운것 같고해서 잘가던 열차에서 무심코 내렸다.
경의선. 평일 오후의 시간이면 한적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풍경도 좋고...무엇보다 기차안은 누구하나 급한사람이나 시끄러운 일들은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일부러 볕을 마주하는 자리에 앉아 마음을 좀 푼다...모든것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주문을 거는것 처럼...가끔씩 멀리 보이는 빈 논들위로 새들이 무리지어 날라가는 것을 볼때만 정신을 모으고...그렇게....

그러다 순간 무심코 열차에서 내렸을 뿐인데 이런 장면이...
읽고 있던 책과 현실이 오락가락 한 사이에 잠깐 내린 자리 그곳에서 이런 광경을 만나니... 묘하다. 지금은 책속인지 꿈속인지 현실인지...모두 다 그게 그거 같은 날.... 해는 왜 또 그시간에 지고 있는지...플랫홈에 사람은 또 왜 한명도 없는지... 난 그간 얼마나 헤매이다 새해 맞이도 못하고 있었는지...
놀라운 광경에 마냥 멍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