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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20110603

해가 질무렵 터벅터벅 집을 나와 동네 공원에 들렀다. 어제오늘 집밖을 안나와서 그런지 바람이 달았다. 어…하면서 걸었다. 제법 길어진 해에 놀라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늘 걷던 코스로 접어들었는데 유난히 오동나무의 열매들이 많이 떨어진 것이 보였다. 바람 때문인가…하고 떨어진 열매들중 맘에 드는 것을 찾아 눈을 돌리던중 블록 사이에 열매까지 실하게 맺혀있는 제비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세밀화로 그리면 딱 좋을 형태다…열매와 줄기가 만들어 내는 선이…괜스레 허공에 선을 따라 한번 그려본다. 아…하면서 일어서 몇걸음 걷다가 결국 뒤돌아 와서는 쭈그리고 앉아 제비꽃을 한번 더 바라본다. 마침 얼굴에도 바람이 불어 머리를 넘기려 손을 올리자 제비꽃에 분 바람이 제비꽃 잎 하나를 반대쪽으로 넘겨서…내 머리를 넘기려는 손을 뻗어 제비꽃 잎을 넘겨주었다. 바람에 쓰러질듯 흔들리는 제비꽃을 보고 있자니 사진을 찍으려고 한걸음 더 물러서 보고있자니…이상하게도 눈물이 고였다. 흠…왜이러지…하고 일어나 다시 걸었다. 

패랭이꽃을 밭고랑 같이 갈아놓은 아파트 화단 가득 심어놓은 곳에 앉아 한번 바라보고…그옆에 바닥 가득 물을 드릴만큼 떨어진 벚나무 열매들을 비켜 앉아 바라보고…다시 일어나 걸었다. 몇걸음 걸었을때 이상하게 꽃향기가 너무 진했다. 라일락은 벌써 다 끝났는데…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는 꽃이 핀 나무가 없다. 도로가에 심어놓은 쥐똥나무가 담을 이루고있었을 뿐….그때 바람이 한번 더 불자…헉….그 담 같았던 쥐똥나무 잎들사이에 아주 작은 흰꽃들이 보였다….

쥐똥나무 꽃 향기였다…쥐똥나무 꽃 향기가 이렇게 좋구나…몇걸음 걷다 한번 멈추고 또 몇걸음 걷다 멈춰서서 향기를 맡으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찐빵 가게에 도착했다. 찐빵을 사들고 다시 온길 그대로 걸었다. 가던 길에 만났던 모든 녀석들을 다시 한번씩 바라보고…집에 들어왔다.

문을 열자 어딜다녀왔다며 보노가 문으로 달려왔고…금방 왔잖아…하면서 보노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