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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20101124



시장을 가는 길
몇잎 남지 않은 나무들 아래를 걷으며 우리는 항아리 얘기를 했다. 시골로 가게 되면 항아리를 잔뜩 사서 놓고서 장을 담그겠다고 장담을 하는 엄마를 보며 어림없다고 이제 늙고 있다고 힘들다고 협박을 하는데...
얘기가 끝나지 않았을 무렵 신기하게도 저만치 앞에 항아리가 가득 실린 트럭 하나가 있다.
엄마는 자석에 끌리듯 무단횡단을 감행하며 항아리 트럭으로 달려갔다.
으...결국 덥석 커다란 항아리를 골라든 엄마는 집까지 들고 갈수 있다고 큰소리 치셨다. 물론 처음에는 가뿐했으나, 점차 항아리는 무거워지고...그때부터 나의 투덜거림은 시작됐다. 이런 풍경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누가 이렇게 딸에게 항아리를 들고가게 하냐고 악덕 엄마라고 끝없이 중얼거렸다. 그 무렵 슈퍼가 나왔고, 엄마는 잠깐 슈퍼에 다녀올테니 항아리 옆에 두고 있으라 하셨다. 항아리를 벤치위에 나란히 앉혀놓고 머쓱하게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 할머니 한분이 항아리를 보시더니만 방향을 바꿔 다가오셨다. 난 뒤에 누가 있는줄 알고 멍하게 있는데 할머니는 항아리 앞에 서시고는...항아리를 산거냐고...얼마냐고...어디서 샀냐고...뭘 담을 거냐고...속사포 처럼 질문을 하셨다. 아...
처음에는 놀라서 우물쭈물 했었는데...할머니가 지나가시고 아주머니 한분이 더 나타나시고, 동치미를 담으면 좋겠다고, 차가 어디에 있냐고 물으셨을 때는 나름 여유롭게 대답이 되더라...ㅎㅎ 그렇게 두세분이 항아리에게 아는 척을 더 하셨고 그 무렵에서는 옆에 앉은 항아리가 어쩜 사람 같기도 한것같이 느껴졌다.
버스나 가게에서 아주머니들이 처음 만나서는 오래 알았던 것 같이 이야기 하다가 내릴때, 헤어질때는 그냥 또 아무렇지도 않게 헤어지는 장면들을 보며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오늘 자연스럽게 그 장면에 들어갔다 나온것이다.
요즘이 그런때 인가보다. 김장과 항아리가 관심사 인 그런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