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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20090805



평소보다 조금 늦게 옆라인 베란다에 붙은 매미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고,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늦은 아침을 거의 먹었을쯤 벨이 울렸고, 아침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 우리는 조금 의아해 하며 문을 열었다. 신기하게도 우체부아저씨가 9시에 오셨다. 보통 오시는 아저씨는 11시는 돼야 오시는데 오늘 처음 보는 아저씨다. 암튼 받아든 소포의 포장 상태를 보고 나는 보낸 이를 알아차렸고 기막힌 타이밍을 맞춘것을 모두 친구의 공으로 돌렸다. 손글씨 편지가 든 아침 소포는 그 무엇과도 비할바가 없는 맛이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 기가막힌 타이밍은...밥이 다 먹을때쯤 엄마는 불에 커피물을 올렸고, 내가 소포를 뜯을때쯤 물끓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소포의 정체는 커피콩과 핸드밀. 커피루악을 외치며 핸드밀에 천천히 커피콩을 넣어 돌리고 어제 아침처럼 엄마와 나란히 앉아 커피잔 건배를 하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며 창을 보니 유난스럽게 하늘이 진하고 높았다. 그때 벨이 울렸고 동생이 보내준 책이 도착했다. 아침나절의 두개의 택배에 기분이 좋아있던 차 이년전에 보고 못 만났던 중학교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아이 낳고 보고 못 만났는데 벌써 아이는 세살이 되었다고 시간 정말 빠르다고 우리도 믿기지 않는 통화를 했다. 오랫만에 듣는 목소리...나는 늘 똑 같다고 했다. 그리고 점심이 되고 우리는 옆 아파트 수요장에 갔다. 현관을 나서는 순간 공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순간 한겨울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추운날  숨쉴때 마다 콧속까지 얼어버리는 느낌나는 그 찬 겨울의 가운데 날이 생각났다. 오늘은 그렇담 그 가장 추운 겨울날 내가 떠올리던 가장 더운 그 여름날이구나...했다. 단풍이 가장 일것 같은 가을날이 있는 것처럼 오늘은 올여름중 가장인 여름날 인것이다. 그게 느껴졌다. 암튼 내가 무지 좋아하는 수요장. 케익 대신이라고 엄마는 물렁한 백도 한상자를 사주셨다. 하악~수박과 백도 토마토로 가득찬 바구니...가장 익은 복숭아 두개를 골라서 역시나 개수대 앞에 서서 우리는 후루룩 쩝쩝 거리며 먹었다. 그러면서 생각나는 이들을 차례차례 불렀다. 이렇게 맛있는데 같이 먹으면 좋겠다고...복숭아 하나 먹으면서 참 말도 많다고...웃는 순간.....아...했다. 이런 순간 이런 평범한 오늘이 내겐 가장 ..이겠구나. 했다. 이것보다 더가 어디 있을까...했다. 아...그토록 무서워하는 여름이지만 그토록 외로워하는 날들이지만 그냥 지금 이자리가 좋은거다. 그냥 그랬다. 잊지 않고 가끔씩 연락주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문자들....그리고 십칠년이라는 이십년이 되면 만두를 하자는 이의 문자를 받고 올여름의 가장 인것 같은 하루는 갔다. 참,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로 바쁜 동네 공원길에서 무슨 상징처럼 더듬이를 세우고 가만히 서있는 알락하늘소 한마리와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