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왜 토끼는 춤추고 여우는 바이올린을 켜는지 알았어..."
2: "호랑이 한테 안 죽으려고 그런거 아니야?"
1:"바보..." (벌떡 일어나서 두팔을 위아래로 흔들고 발은 번갈아가며 튕기는 이른바 토끼춤을 춘다)
"토끼니까 토끼춤을 추는거야...ㅋㅋ"(자기가 한 얘기에 좋아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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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안 나란히 앉아있는 1과 2 그 앞에는 사람들이 서있다. 이번에 선 역에서 작대기가 많이 그려져있는 군인이 탔다. 서있으면서도 긴장이 들어가 있다.
1: (말없이, 2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2시방향에 있는 군인에게로 눈짓을 보낸다.)
2:(역시 아무말없이 태연하게 눈동자를 고개처럼 위에서 아래로 끄덕인다.멀게 지하철역 안내판을 보는 척하며 군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눈빛으로 한번 훑다가 이름표에서 잠깐 멈칫 이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최대한 티안나게 1에게 웃음의 눈빛을 보낸다)
1과2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고 웃으며 내린다. 내리고 지하철 문이 닫히자 둘은 얼굴을 마주보며 "잼!!!"하고 소리치고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 잼! "
1: "이름 정말 특이하다. 처음엔 "쨈"인줄 알았어..."
2: "난 샘인줄 았았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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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 설겆이를 마치고 tv보고 있는 2에게 다가간다. 2는 1을 쳐다보지도 않고 완전 tv에 빠져있다.
1이 앉는 방향의 상위에 놓여있는 핸드크림... 1도 2도 핸드크림에 관해서는 아무말이 없고 1은 여전히 tv를 보고 있고 2는 아무렇지 않게 핸드크림을 바르고 있다.
김밥을 싼다.
온갖 재료들은 옆에 한줄로 보기좋게 늘어서 있다.
처음에는 굽지 않은 김에 밥을 얻고 깁밥을 만다. 한입 먹어본다.
그 다음 다시 같은 재료들을 넣고 김밥을 싼다. 이번에 달라진 점이란 한번 구운 김에 밥을 얻고 그 위에는 깻잎을 얻고 밥을 넣는다. 그리고 한입! 잠깐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 다음 다시 같은 재료들을 넣고 김밥을 싼다. 이번에 달라진 점이란 구운김에 밥을 얻고 깻잎을 넣고 재료를 넣고 싼다음 김에 참기름을 두른다. 그리고 한입! 아까보다 조금더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제 그 다음 다시 같은 재료들을 넣고 김밥을 싼다. 이번에 달라진 점이란 구운김에 밥을 얻고 깻잎을 넣고 재료를 넣고 싼다음 김에 참기름을 두르고 그 위에 살짝 통깨를 뿌린다. 그리고 한입! 이제는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아주 작은 5알의 통깨알이 김밥의 맛을 바꾼다는 걸 알고 있다. 그치만 구워진 김과 깻잎과 참기름과 통깨가 있는 김밥만을 먹고싶지는 않다. 맛난것인가 아닌가 보다는 각각이 내는 맛들을 하나하나 맛보고 싶다. 맛있고 없는 판단은 의미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입맛이란 어떻게 언제 바뀔지 모르니...모든것이 있었어야 알수 있었던 거니까..그냥 각자 그것들을 하나하나 맛보고 싶을 뿐이다.
지하철 안에서 암호처럼 주고받는 눈동자의 굴림이 때론 한계절을 견디는 힘이 됨을 알고 있다. 말이 필요없이 내미는 핸드크림에 손이 녹아내림을 알고 있다.
핸드크림이 없는 이에게 가끔 핸드크림을 기대해서 잠깐 놀랄때도 있고, 산중 호걸이라하는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라는 동요를 모르는 이에게 토끼춤을 추기를 바라기도 하는 시행착오도 있겠지. 그러나 그 순간들도 책꽂이에 나란히 꼽히겠지...
곁을 지나는 순간순간들이 켜켜이 모여 내 새로운 살갖이 된다.
작고 큰것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가볍고 무거운 것이 무엇일까.
토끼춤과 깨소금없는 김밥의 무게를 알수 있을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핸드크림을 바른 기억을 다른상황에서 꺼내는 일이 없기를 각각의 무게들을 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어느날은 토끼춤을 추기도 하고, 어느날은 핸드크림을 바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날은 굽지않은 김과 깻잎이 없고 참기름이 없고 통깨가 없는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있기도 한다.
그냥 그대로 그대로 하나하나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벽에는 여러가지 입꼬리가 찍힌 사진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