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정하고 각자가 정한 하나의 대상만을 2박 3일 동안 바라보고 기록하기로 했다.
그 우리는 어떤 우리냐하면 준비물로 모기 잡는 에프킬라를 준비하기 보다는 모기 물린 곳에 바를 물파스를 챙기는 녀석들이다.
중간 쉬는 시간에는 사진을 보고 관찰한 것들이나 사진속 여자의 상황들을 상상하기까지 했다.
옆에 따라다니며 내가 가장 많이 한말은 뭐가 보여? 뭐가 모야? 어디는 어딘데? 조금은 얼만큼인데?저쪽은 여기서 얼만큼 저쪽인데?어떻게 증거로 남기지?더 자세하게 더 쪼잔하게 말하면?더더더...하고 괴롭히는 말들이다.
녀석의 관찰로 그냥 앞의 작은 언덕은 5개의 봉우리로 나눠졌고, 3번째 봉우리는 제비와 잠자리가 자주 찾는 봉우리로 분석되기도 하고...녀석은 달이 5번 봉우리로 넘어가는 찰라의 순간을 보았다고 눈에 힘을 주고 말하기도 했다.
개미집이 이사가는 날을 목격한 이도 있고...개미의 충돌 횟수도 기록되기도 했다.
계단을 바라본 아이는 오전에는 왼발을 먼저 딛는 사람이 오후에는 오른발을 먼저 딛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분석하기도 했다.
재털이를 바라본 녀석은 담배꽁초를 보고 몇 클래스인지 추측하기에 이르고...
정수기에 물을 받는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기도 한다.
개미가 이사가 버려 소리에 집중하게 된 녀석과는 어떻게 그것을 기록할 것인가를 고심하다 암호를 만들기도 했다.
문틈 아래로 보이는 사람들을 빛그림자로 학생인지 스텝인지 구분하는 경지에 이른 녀석도 있었다.
볼것없는 창문이 여러가지 색을 갖은 풍경으로 보인다고 신기해 하던 녀석도 있었다.
움직임이 없다고 생각된 것이 움직이기도 하고 냄새를 내기도 한다고 신기해 한 녀석도 있었다.
그림으로 말을 하는 녀석도 있었고...
탁자위에 놓인 노란색 장미무늬 귀걸이 한짝을 보고 누구것인지 알고있다고 말하는 순간에 많이 놀랐기도 했다.
노란노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