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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밑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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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이런거 보고 눈물나온건 처음인거 같다. 신기하게도 작년 꿈에서 본 것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하...꿈에서는 오로라의 기에 눌려 일어서지도 못하고 누워버렸지...그리고 그러다 저 모양이 눈 모양으로 보이기도 했었지...하...
.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무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미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 만큼의 밀도 조차도 지니지 못했다. 위트는 '해변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한 인간을 나에게 그 예로 들어 보이곤 했다. 그 남자는 사십년 동안이나 바닷가나 수영장 가에서 여름 피서객들과 할일 없는 부자들과 한담을 나누며 보냈다. 수천수만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그는 즐거워 하는 사람들 그룹 저 너머에 수영복을 입은 채 찍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왜 그가 그곳에 사진 찍혀 있는지 알수..
제라늄아 미안. 언젠가 길을 걷다가, 커다란 건물 앞에 누군가가 줄맞추어 심어놓았을 팬지와 이름을 잘 모르겠는 화려한 꽃들을 앞에서 나는 너희보다 길가에 틈에서 핀 제비꽃과 민들레 강아지풀 주름잎 냉이꽃 꽃마리...심지 않아도 자라는 그런 녀석들이 더 좋다고 말했었지... 미안미안. 몇년전 엄마가 트럭화원에서 데려온 제라늄 너는... 봄,여름,가을,겨울...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언제나 붉은 꽃하나쯤은 피워내며 멀게 창을 바라보았지... 창을 멀게 바라보고 있는너에게 가을아침의 햇볕을 받고 반짝이는 너에게 나는 미안...
20080901 언젠가 어릴적 보았던 짧은 글. 누가 쓴 글이었는지는 물론 생각 안난다. 글쓴이가 어릴적 동네 골목길에서 있었던 일이라 했지. 신나게 뛰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저 앞쪽 골목끝에서 다리를 심하게 절뚝 거리는 아저씨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단다. 순간 어린맘에 자기는 신나게 두발로 뛰고 있는데 그걸 아저씨에게 보이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자기도 한쪽 다리가 다친 것 처럼 걸었다지...그 아저씨를 옆으로 지나칠때까지... 그런데 뒤에서 동네 슈퍼 아줌마가 불렀데... 동네아주머니는 그 모습을 다 보고 있었던건데...아이가 놀리는 거라고 생각하신거지... 엄청 혼났다는...자신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오늘 갑자기 이 얘기가 생각났다. 오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언제부턴가 자동적으로 이..
멀게멀게 떨어진 집들. 밤 고속버스. 물론 사람이 많지 않아 적자운행이 걱정되는 정도의 버스. 출발한지 한시간쯤 지나고 사람들 잠이 한참 들었을 무렵. 잠깐 설잠들었다가 옆으로 커다란 화물차가 요란스럽게 지나가는 바람에 눈을 뜬다.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앞에 운전석 아저씨에게만 움직임이 느껴지고 모두 잠이 들어있다. 조금 큰 움직임이면 인기척에 눈을 뜰만한 거리에 있는 사람들. 이순간의 느낌이 딱 맞다. 같은 차를 타고 가는 적은 수의 잠이 든 사람들. (물론 조금 큰 움직임이면 깨어나는 잠) 빛은 간간히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의 빛뿐이고, 그렇게 사람들의 윤곽을 가끔씩 그려준다. 그래서 쑥쓰럽지 않고서도 조심스레 한번씩 바라볼수 있다. 이순간의 느낌이 딱 맞다. 그러다 이번에는 하나더 생겼다. 밖으..
. 오랜시간 어리고 못된 나를 늘 옆에서 받아준 사람. 친구가 결혼을 하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친구의 저 가방안에는 돈다발이 들어있다. 엄마에게서 받았다는 돈다발. 천원자리가 백장. 친구의 엄마는 딸 멀리 보내면서 따로 십만원은 천원짜리로 바꿔주셨다지...군것질을 좋아하는 딸 혹시나 해서 천원짜리 백장을. 그 얘기를 핑계삼아 주책스럽게 펑펑거리며 오랫만에 친구의 얼굴을 본다. 이제 아는 이 없는 도시서 살게된 밤 곯아떨어진 친구의 얼굴을 본다. 잠이 오지 않더라. 자다가 나와 거실 살구나무잎이 가로등 빛에 벽에 내려와 하늘거리는 것을 바라봤다. 쌓인 시간들이 길게 그림자를 흔들었다. 터미널. 나보다 한걸음 먼저 뛰어가 버스에 올라 자리를 확인하고 주변머리 없는 내게 사람 없으니 편안한 자리로 옮겨 앉아도 된..
고무나무의 상처. 오후 우리는 앉아서 쑥차를 마시고 있다. 불쑥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엇! 고무나무 잎이 몇일전 부터 이상하더니만, 제일위에 새로나온 녀석이 뒤로 말렸네...이런..." 그때부터 하루종일 무슨 얘기든 끝은 고무나무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그 다음날 아침 거실 한켠에 신문지를 넓게 깔고. 자리를 잡는 엄마. "엄마, 그냥 괴롭히지 말고 그냥 놔두지?" "저거봐, 어제랑 또 달라졌잖아! 이제 그냥 두면 내일은 잎들이 다 말리는거야... 그냥 두면 이제 죽는거야...방법을 찾아야지... 아무래도 어제 물을 줄때 좀 이상하더니만 물이 너무 많은 거 같아. 뿌리가 썩고 있는 것 같다구... " "그냥 조금더 둬봐. 모르잖아. 정확하게...제가 말을 안했잖아...좀더 기다려봐...전에도 잘라서 죽었잖아...
20080505 나를 위로하며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 언젠가 답답하고 갈곳 없었던 날. 서점에 서서 무심코 보았던 시. 그땐 책한권 마음놓고 살 여유가 없기도 했고, 무슨 이유인지... 이 짧은 싯구가 외워져서 집에 돌아와 옮겨적어 놓았었다. 그리곤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다. 그후 우연히 이 시집을 선물 받고 그제야 제목을 알고서 또 한번 어찌나 반가웠는지... 수첩 정리하다가 발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