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공 2016. 1. 1. 23:53






2016

어제부터 하던 그림을 밀쳐두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연말과 연초를 오롯이 바느질을 하며 보냈다. 꼼짝않고서. 보노털을 뭉쳐 작은 보노들을 만들고, 천을 자르고 오려가며 작은 보노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를 넘기며 바느질 작업은 진행중이다. 어쩐지 새로운 새해맞이 의식 같았다.


개쑥갓

새해 첫날 도감에서 찾아본 식물은 개쑥갓이다. 

몇일전 기온이 내려갔다고 요란하게 입고 집을 나서면서 마주친 녀석, 작고 작은데 마침 아침볕이 들어서 반짝거리다가 눈이 마주쳤다.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키, 푸른 싹에 노란꽃이 이 계절에 피다니... 다시 뒤돌아가서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 사진을 보면서 녀석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도감을 펴서 무작정 넘기다가 녀석의 이름인것 같은 페이지에서 멈췄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맞을것 같다. 개쑥갓

아주 흔해빠지고 또는 쓸모없는 풀일때 '개'라는 이름이 붙여진다고 했다.  생명이 사는 삶터 가운데 불안정하면서 일시적인 곳에 사는 대표적인 종이라고 했다. 지구상 온대 지역 어디에서도 관찰되는 광역 분포종이고, 사는 동안 꽃을 반복해서 피우는 종이라고 했다. 

몇일전에 본 책에서는 식물의 궁극적인 목표는 종의 번식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종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생육조건이 맞으면 성장할수 있는한 최대한으로 성장하고 종자를 남긴다....

살아있는한 힘을 모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리고 또 조건이 맞으면 또 다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흔해빠지고 쓸모없는 풀일때 '개'를 붙인다고 했다. 허허. 

말할때 '개'가 붙으면 이제 다른 생각이 들것같다. 

어느것도 함부로 이름붙이면 안될지도 모른다. 어느것도 함부로 바라봐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식물은 내능력이 닿지 않을때는 같은 종이라해도 똑같이 큰꽃을 피우지 않고 자신이 할수 있는 능력하에서 자신에게 최선인 작은 꽃을 피운다. 작은 꽃 하나를 피우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힘을 모아 다음 작은꽃을 피운다고...작은 꽃들이 모여 멀리서도 눈에 띄는 큰꽃의 형상을 하기도 한다지...그 또한 곤충이나 동물의 눈길을 끌어 열매를 맺기 위함이라고...꽃에 난 작은 줄무늬 하나에도 곤충을 인도하는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하고, 잎 하나의 방향이나 크기에도 다 그만의 사정이 있고 그만의 최선이었으리라....잎하나 줄기의 선하나에도 다 그안에 이야기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입이 벌어진다. 

거기에서 무슨 쓸모를 따지고 모양을 따질까....하찮고 흔하고 그런 기준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동안 도감을 펴놓고 앉아있었다. 


올해는 길에서 마주치는 틈꽃들의 이름들을 하나둘 부를수 있다면 좋겠다. 


갑자기 새해 첫날 하는 바느질과 새해 첫날 찾는 식물도감도.....

이것이 갑자기가 아닐것 같다. 올해는 그런때인지도....


모두모두 건강하십시다. 몸도 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