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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밑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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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설명하는 의선의 목소리는 시종 수줍은 듯하면서도 담담하여,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그녀가 종결어미를 감칠맛 있게 잡아끄는 버릇이 있다는 것, 그녀의 성격이 솔직하면서도 다정하다는 것을 알았다. 의선의 말에는 불필요한 수식 어구나 감탄사가 없었다. *마치 무대에 나오자마자 인사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 피아노 앞에 앉은 뒤 악보를 펴자마자 곧바로 연주에 돌입하는 연주자처럼*, 의선은 자신만의 군더더기 없는 말법에 따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대화를 통해서보다는 글을 써서 다듬어진 말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하다 못해 일기라도 쓰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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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시작한것은 몇년 되지 않은것 같다. 요즘은 소설의 내용에서 한 사람에 대한 자신의 느낌들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내용 같은 것을 좀 좋아한다. 아마도 내가 그자리에서 주인공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다. 같이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요즘 읽는 좋아하는 한강의 책에는 그런 표현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