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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여름의 별사탕

열무김치와 장에서 산 비듬나물을 넣고 살짝 밥을 비벼먹고서 오랫만에 동네 공원에 나갔다.
엄마에게 끌려 세바퀴를 돌고 새로 단장한 운동기구들에게 아는 척 한번 하고 공원과 이어진 운동장 흙을 한번 밟아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씻고 나니 오늘 하나도 안 덥다.
이것이 빡빡한 여름이란 계절속에 들어있는 별사탕 같은 맛이 아닐까?
여름에 숨어있는 잠깐 쉬어가는 여름.  잠깐 숨을 돌리고 다시 달리겠다는 여름이 주는 잠깐의 숨고름이 아닐까.
아하! 여름의 별사탕!!!
덥지 않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ㅎㅎ

그래서인지 요즘 한참 전염되어, 재미를 붙이고 있는 엉터리 노래 만들기에 도전.
물론 음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 가사만 만들고 있다. 음은 그때그때 마다 다르게 장르도 다르게 그것이 은근 묘미.


어느

당신과 나는 예전에 어느 모습으로 만났던 걸까

어느 늦가을 줄에 꼽힌 빨래집게
어느 식탁위 비빕밥 속의 채소
어느 장독대에 나란히 서있는 항아리
어느 도서관 서가의 책등
어느 냄비속에 끓고 있는 팥
어느 화단에 늘어선 반질한 돌멩이
어느 겨울밤 소리없는 눈송이
어느 사거리의 횡단보도
어느 졸고있는 고양이의 흰수염
어느 현관앞에 아무렇게나 벗어진 슬리퍼
어느 나무에 늦가을 까지 붙어 있는 색바랜 열매
어느 과일 장사의 닦여진 과일
어느 필통속의 연필
어느 계수나무 아래 핀 작은 풀

우리는 여전히 어느의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