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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속을...

복숭아야...


사람들이 많은 곳에 다녀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말을 해야하고 말을 들어야 하는 곳. 
눈을 둘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갈수 있었던 거지만, 역시나 어려운 자리였다. 
계속 저녁먹은 것이 끅끅거렸다. 지하철에서 내려 동네로 가는 버스 타는 곳이 저만치 보이니 그제야 숨이 트이는것 같았다.
그 이상한 기운빠지는 안도속에 과일노점을 찾았다. 희고 정갈하게 배치되어있는 복숭아를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버스를
기다렸다. 팔을 들때마다 복숭아냄새와 복숭아 털의 간지러움이 감지되는것이 여름밤 느낌도 나게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엄마는 오늘 혼자 갔던 남대문시장 얘기와 오늘 본 것들을 이야기 했고, 나는 가방도 풀지 않고 복숭아 검정봉지를 엄마의 손에 덥석 안긴다. 그리고 둘다 말도 필요없이 바로 식탁앞에 앉았다. 우리는 둘다 그제야 제 눈빛이 되었다. 엄마는 길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며 놀라던 비둘기가 전기줄에 죽은 얘기를 했고, 난 버스에서 본 옷상표가 오른쪽 옆구리에 나오게 뒤집어 입은 멋부린 젊은이 얘기를 했다. 
칼로 복숭아 껍질을 슬슬 찝어땡기면 한번에 쭉쭉 벗겨질 정도로 잘 익은 복숭아. 복숭아가 씹을것도 없이 줄줄 넘어갔다.
손에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물...머리를 맞대고 먹다가 어느순간 맛에 심취해 말이 없어지는 순간의 달콤함.
복숭아가 오늘을 달래주었다. 힘들땐 제철과일! (웃긴결말) 특히 여름밤 누군가가 검은봉다리에 혹은 두손에 하나씩 잘 익은 복숭아를 사들고 들어오고, 같이 후르륵후르륵 거리며 손가락을 빨아가며 맛있게 먹을수 있다면 그건 정말 효과 백프로. 

오이지꽃 군단.
오이지를 고추가루에 무친것과 너무나 닮아서 오이지꽃이라고 부르고 볼때마다 옆 사람에게 오이지 닮지 않았냐고 묻곤했는데...
아무도 그 물음에 수긍하지 않아서 나름 내가 이상한가 생각했었는데 오늘 처음 같이 오이지꽃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헉!
무지 놀랐음. 여름 밥에 물말아서 오이지무친것과 먹으면 별미.
원래이름은 베고니아...